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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곳에 숲이 있으면 좋겠지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숲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甁) 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쭈~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해야지 깔깔했던 입안이 솜사탕 문 듯 달콤할 거야 이 때 나직이 모차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중에서

① 천하보다 소중한 한 글자 '나' ②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는 두 글자 '우리' ③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글자 '사랑해' ④ 평화를 가져오는 네 글자 '내 탓이오' ⑤ 돈 안 드는 최고 동력 다섯 글자 '정말 잘했어' ⑥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드는 여섯 글자 '우리 함께 해요' ⑦ 뜻을 이룬 사람들의 일곱 글자 '처음 그 마음으로' ⑧ 인간을 돋보이게 하는 여덟 글자 '그런데도 불구하고' ⑨ 다시 한번 일어서게 하는 아홉 글자 '지금도 늦지 않았단다' ⑩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열 글자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게'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

눈은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눈은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입은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착한 말 바른말 부드럽고 고운 말을 언제나 할 것이며 몸은 조심하여 나쁜 사람을 사귀지말고 어질고 착한 이들을 가까이 하라 눈을 조심하여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라 입을 조심하여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착한 말, 바른 말, 부드러운 말 고운 말만 하라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하라 어른을 공경하고 덕 있는 이를 가까이하라 지혜로운 이를 따르고 남을 너그럽게 용서하라 오는 것을 거절 말고 가는 것을 잡지 말며 자신에게 잘 대해 줄 것을 바라지 말고 지나간 일을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그것이 자기에게 돌아 오고 세력에 의지하면 도리어 화가 따르는 법..

대림시기의 의미와 전례

♥대림시기 의미 대림(待臨)이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도착' '도래'를 나타내는 라틴말 Adventus를 번역한 것입니다. 누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일까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물론 예수님께서는 이미 2000년 전에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하느님의 인류 구원 신비를 1년이라는 전례 주기를 통해 기념하지요. 그래서 대림시기는 첫째로, 2000년 전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놀라운 사건, 곧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마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들을 구원해 주실 메시아 구세주를 기다렸듯이 우리도 대림시기에 구세주로 오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 전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용혜원의 나는 참 행복합니다

그대가 나에게 눈부시게 다가 오던 날 내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벼웠습니다 내가 어디로 가나 어디 있으나 그대는 항상 내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그대를 만난 후로는 늘 부족을 느끼고 바닥을 드러내고 갈증에 메마르던 내 마음에 사랑의 샘이 흘러넘쳤습니다 우리는 서로 기댈 수 있고 마음껏 스며들 수 있습니다 나를 아낌없이 다 던져도 좋을 그대가 있기에 나는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