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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의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나는 삼십대가 된 어느 봄, 내 마음을 보다가 문득 세가지를 깨달았다. 이 세가지를 알았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다. 첫째는 본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 왜냐면 일주일전에 내가 만났던 친구가 무슨 옷을 입고 나왔는지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 친구 옷을 기억 못하는데 그 친구가 내가 입었던 옷을 기억하리가 없다. 보통 사람은 제 각기 자기 생각하기 바쁘다. 남 걱정이나 비난도 아주 잠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있는가?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왜냐면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

림태주의 어머님의 편지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 서툴게 썻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 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 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프레임의 법칙

?프레임의 법칙.? ​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젊은 아내는 아이를 낳다가 출혈이 심해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아이는 목숨을 건졌다. ​홀로 남은 남자는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아이를 돌봐 줄 유모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남자는 유모 대신 훈련이 잘된 듬직한 개를 구해 아이를 돌보게 했다. ​개는 생각보다 똑똑했다. 남자는 안심하고 아이를 둔 채로 외출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남자는 여느 때처럼 개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정이 생겨 그날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서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주인의 목소리를 들은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개의 온몸이 피범벅..

배워보자... 2020.09.04

구상과 이중섭 그리고 천도복숭아

'초토의 시'로 유명한 시인 구상과 '소'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는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구상이 폐결핵으로 폐 절단 수술을 받았는데 몸의 병은 병원에서 의사가 고쳐 주겠지만 약해진 마음은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치료하기에 구상은 절친한 친구인 이중섭이 꼭 찾아와 함께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평소 이중섭보다 교류가 적었던 지인들도 병문안을 와주었는데 유독 이중섭만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구상은 기다리다 못해 섭섭한 마음마저 다 들던 것이 나중에는 이 친구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뒤늦게 이중섭이 찾아왔습니다. 심술이 난 구상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고 짐짓 부아가 난 듯 말했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 ..

원효대사의 다 놓아버려라

다 놓아 버려라 옳다 그르다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 많다 적다를 분별(分別)하면 차별(差別)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執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옳은 것도 놓아 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 버려라 긴 것도 놓아 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 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 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 버려라 바다는 천(千)개의 강(江) 만(萬)개의 하천(河川)을 다 받아 들이고도 푸른 빛 그대로요 짠 맛 또한 그대로이다

윤동주의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ㅡ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 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