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가장 낮은 곳 이야기
'강아지똥'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아이고, 더러워." 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다 피해 가는 버려진 존재입니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님은 이런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 버림받은 존재'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얼마 전에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랬습니다.
어느 날이었던가, 선생님은 처마 밑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 그 덩어리가 녹아내리며 땅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강아지똥이 스며 녹아내리는 그 옆에서 민들레 꽃이 피어나고 있더랍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고 "아, 저거다!"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며칠 밤을 새워 강아지똥 이야기를 썼답니다.
아동문학평론가 ㅡ 이재복
저자 권정생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에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경북 안동 일직면에서 일직교회 종지기로 일했고, 교회 문간방에서 《몽실언니》를 썼습니다. 세상을 떠나면서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써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단편동화 〈강아지똥〉으로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았고,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사과나무밭 달님》《바닷가 아이들》《점득이네》《하느님의 눈물》《밥데기 죽데기》들처럼 많은 어린이 책과, 소설《한티재 하늘》, 시집《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들을 썼습니다.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에요.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보더니
강아지똥 곁에 내려앉아 콕콕 쪼면서
"똥! 똥! 에그, 더러워......
하면서 날아가 버렸어요.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한참이 지났어요.
"강아지똥아,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지 마."
"......"
"정말은 내가 너보다 더 흉측하고 더러울지 몰라......"
흙덩이가 얘기를 시작하자,
강아지똥도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귀를 기울였어요.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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