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글... 좋은글...

김소월/초혼(招魂)

초 이 2021. 11. 18. 11:03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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