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조성권
어느 날
대문을 열고
울안에 터덕터덕 들어서면
날 기다렸다는 듯
옷깃을 세우고 일어나
한없이 반가워서
두 손을 꼭 잡으시고
소녀처럼
활짝 웃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모든 사랑
다 내어 주고도
행여 더 줄게 없나
항상 안타까워하시고
세상은
욕심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며
서두르지 말라 시던 어머니
숨 가쁘게 흘러가는
터덕거리는 세월 속에서도
자식이 오면
걸쭉한 된장국을 끓여 내놓고
보리밥 한 숫 갈이라도
더 먹으라고 얹어주시던
어머님의 그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회상해 보면
그 시절 내, 자신이
얼마나 어설프고 허점투성이였는지.
어머님의 말씀대로
삶이 힘들어도
부처님 경전을 넘기듯
정신을 가다듬고 살겠습니다.
내 가슴
쓸쓸한 빗물에 젖어
추적추적 무너져 내려도
어머니 한결같은 새벽을 마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