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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끗끗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어!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26일... 박인환 /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